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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네코무라씨 - 호시 요리코

술취한 고둥씨 2022. 3. 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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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네코무라씨 - 호시 요리코

오늘의 서평을 작성하기에 앞서 잠시 십여 년 전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제 삶을 한 편의 영화에 빗대어 보면 유독 그 시절에 손꼽히는 명장면이 많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이던 그때 하필 저는 사회에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햇병아리였고, 저를 포함한 일명 '88만원 세대'라 불리던 사회 초년생들은 너 나할 것 없이 혹독한 그 시절을 견뎌야 했습니다. 

경제학자 우석훈과 비주류를 자칭하는 기자 출신 블로거 박권일이 함께 쓴 책 《88만원 세대》에서 시작된 말이다. 88만원 세대에서 88만원은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인 119만 원에 20대의 평균 소득 비율 74퍼센트를 곱해서 산출한 금액이다. 결국 88만원 세대란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20대의 평균 임금 소득을 통해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20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88만원 세대(대중문화사전, 2009., 김기란, 최기호)

첫 직장, 첫 출근일부터 몰아치던 야근에 혼이 쏙 빠지고, 고객사의 갑질에 매일같이 울며 회사를 떠나던 선배들의 공백을 메우면서도, 버티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너무나 혼란했던 시절로 기억됩니다. 당시 너무나도 폭폭하고 무미건조했던 제 삶에 단비가 되어주었던 책을, 아니 고양이를 소개합니다. 


도서명: 오늘의 네코무라씨 하나-아홉
저자: 호시 요리코 
출판: (주) 조은세상 

이 책은 '만화'입니다. 작가인 호시 요리코씨가 웹사이트에 게시하던 단편 만화를 엮어 책으로 출간했고, 2009년 2월을 시작으로 2017년 11월까지 총 아홉 권이 나와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고독한 미식가로도 잘 알려진 일본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씨가 출연, 24부작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지요. 

[출처] 교보문고 인터넷서점

주인공 네코무라씨는 앞치마 리본을 세로형으로 질끈 묶고 누구보다 성실히 일하는 고양이 가정부입니다. 책 표지만 보더라도 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는데요, 어린 시절 길냥이었던 네코무라는 자신을 살뜰히 보살펴주었던 '도련님'과의 재회를 목표로, 가사 도우미 일과 어학 공부에 매진하는 열정 부자 고양이입니다. 

 

이 만화는 '대충'이 키워드입니다. 그림도 대충, 번역판의 서체 역시 대충-대충 휘갈겨 쓴 느낌이라는 겁니다. 대체 이런 만화가 왜 당시에 그렇게 위로가 되었을까?를 생각해보니, 그 시절 "집-회사-집-회사"와 "월화수목금금금-" 무한 야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제 일상과는 너무나도 상반된 여유가 그 첫 번째 이유였을 것이고,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목표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 상대가 누구 건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위할 줄 아는 네코무라씨의 넉넉한 모습에서 위안을 얻은 것이 두 번째 이유였겠습니다. 

 

특히 화가 날 땐 박스에 손톱을 북북 긁어대거나, 따뜻한 코타츠 안에서 녹아내리는 고양이 본연의 모습이 너무 치명적이었던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였죠. 


서평을 쓰기 전에 다른 분들은 당시에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 까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저처럼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는 리뷰를 쉽게 찾을 수 있었고, 혹자는 아이들에게 권하기 어려운 책이라고도 했습니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 만화와 같은 각종 문화콘텐츠에서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불륜이야기나 갑을 간의 관계 설정, 불량 서클로 보이는 부잣집 아가씨와 친구들, 막장 드라마에 대한 네코무라씨의 수다 등에서 조금은 민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자주 등장하는 탓이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소설이나 자기개발서에 지친 분들이 가볍게 읽으며 힐링하기에는 적격인 책이라 생각되어 추천드려 봅니다. 

 

참고로 출간된 지 시간이 좀 지난 책이라 중고 서점에서도 곧잘 발견되고는 하니, 환경을 위해서 아시죠 :) 희망전도사 네코무라씨와 함께 힐링되는 시간 가져보시길 바라면서 저는 다음 서평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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